“나에게 예술은 날카롭게 상처를 후벼 파는 칼날같은 존재이다.
보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직면하게 하는 것, 한번 더 아프지만 바라보고 알고 다시 걸어가게 하는 것이 바로 그림의 힘이다.”
아프지 말라는 말, 세상은 따뜻하다는 따위의 말은 진정 아픈 사람에겐 위로되지 않는다.
너만 아픈 게 아니라고, 나도 아프다고 자신의 통증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
나에게 예술은 우회나 살짝 덮어버리는 포장지가 아니라 실체를 보고, 쓰리지만 직접 바라볼 수 밖에 없게 하는 정공법이다.
Memento=Remember, Mori=Death. 메멘토 모리는 '자신이 언젠가 죽는 존재임을 잊지 마라'라는 의미를 가진다. 그 어떤 인간도 신이 아닌 유한한 존재일 뿐임을 겸허히 받아들이라는 뜻이다.
Memento mori 그대는 죽어야만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라!
Memento te hominem esse 그대는 인간이라는 사실을 명심하라!
Respice post te, hominem te esse memento 뒤를 돌아보라, 지금은 여기 있지만 그대 역시 인간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내 그림은 메타포들로 가득하다. <메멘토 모리>에서는 남동생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자 했다.
남동생은 밤낮없이 공부하고 대기업에서 피땀 흘려 일하던 사람이었다. 새벽 근무도 자주 하고 과로로 인해 건강이 너무 악화되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휴식기를 가졌다. 그러나 어느 날 목욕하는 도중, 원인을 알 수 없는 증세로 갑자기 사망하게 되었다.
파란 하늘. 동생의 장례식 당일, 소복을 입고 본 하늘이 야속하게도 너무 파랬어서 이 컬러를 작품에 처음으로 사용하게 되었다. 하늘이 비치는 웅덩이는 당시 동생이 쓰러져 있었던 목욕물이며, 어렸을 때 나와 동생이 실제로 입었던 옷들을 입고 나와 눈을 마주치고 있다. 뒤 배경에 보이는 인형의 집에는 남동생의 인생 속 장면들을 하나하나 담았는데, 해골이 서커스를 하고 있는 장면은 동생의 일생이 끝없는 곡예와 같았다는 생각에서 그리게 되었다. 인형의 집 바깥으로는 계단이 그려져 있는데, 삶의 연결성을 나타내고자 했다.
이 그림은 사랑이 주는 기쁨과 억압, 그리고 그 모든 것이 끝난 후의 고통에 관한 얘기다. 나를 아름답게 하는 붉은 머리카락은 다시 내게로 와서 나의 목을 조이는 매체가 되기도 한다.
사랑이란 무한한 감정으로의 비상을 가능하게도 하지만, 그만큼 추락의 비참함과 통증을 주는 것이라는 것. 이를 타투로 새겨 몸에 적어놓았다.
비상하며 추락하는 새는 해골의 형태로, 심장과 눈, 손을 동시에 꿰뚫는 것 같은 고통의 감정이며, 하얗게 질리고 핏기가 없는 얼굴, 붉게 충혈된 눈은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감정을 억누르고 있는 상태의 표현이다. 고통은 육체를, 슬픔은 영혼을 분해한다는 누군가의 말처럼, 고통과 슬픔이 가시화된 형태의 타투 작업들 중 하나이다.
다른 그림들처럼 책을 읽고 많은 공부를 해서 작업하지 않았다. 감성과 오감이 우연한 기회에 발동했을 뿐이다. 타투를 처음 보았을 때 멍든 것처럼 새파랗게 보이면서 그 안에 적혀 있는 글자와 내용들이 눈에 들어 왔다.
알 수 없는 미적 끌림과 함께, 지울 수 없는 인생의 흔적이 표면 밖으로 나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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